본문 바로가기

드라마/사랑을 믿어요

사랑을 믿어요, 김영호-서혜진 부부갈등의 해법은?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란 말이 있다. 이 말은 반쯤은 화석화된 느낌이 든다. 이 말이  제대로 들어맞기 위해서는 부부의 연륜이 어느 정도 깊어야 한다. 결혼 생활에서 서로 갈등을 만들어내는 요소들이 마모되면서 미운정 고운정이 들어야 한다. 이때쯤 되면 갈등이란 것도 서로 피해가고자 한다. 결혼생활 동안에 겪어온 갈등들이 서로의 자존심이요, 고집이었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예리함이 조금씩 무뎌지기 때문이다. 아니 의도적으로 무뎌지게 하는 것이다.


이런 부부의 전형적인 모습이 김영호 교감(송재호 분)과 그의 아내 이미경(선우용녀 분)이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 전형적인 부부상을 보게 된다. 부부싸움과는 거리가 멀 뿐더러 부부싸움을 해도 칼로 물베기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부부의 정이 깊다. 결혼 생활 40년을 넘게 되면 부부는 일심동체고 이심전심이며 염회미소다. 척보면 알게 될 경지다.

이미지출처: KBS


신혼초의 부부간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 칼로 물베기가 아니라 부부의 연이 싹뚝 잘리고 만다. 오늘날 젊은 부부들이 안고있는 딜레마다. 만약 갈등을 조금만 더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면 자존심과 고집의 마모 단계를 거치면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시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신혼초의 이러한 갈등을 극복할 수 있기에 현대의 젊은 부부들은 너무 자존심과 고집이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부가 일심동체화 되기보다는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된다. 이혼률의 급증이 이런 웅변한다.


연애시절에는 단지 이성적인 감정에 빠져 서로에게 몰입이 되지만 결혼을 하고 나면 함께 살아야 한다.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던 두 사람이 같은 침대를 사용하고, 같은 화장실을 사용하는 등의 갑작스러운 생활의 변화는 서로의 이해를 필요로 하게 된다. 결혼 전 아무리 서로를 잘 이해한다고 해도 그 땐 여전히 떨어져 살던 때이다. 함께 살다 보면 여러 가지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모든 걸 노출해야 한다. 장단점이 적나라하게 노출된다. 두 사람이 그저 둘로만 존재한다면 결혼이라는 이 이질적인 존재의 만남은 단지 사랑으로 만으로는 결코 극복할 수 없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하나가 되려는 노력을 부단히 해야 한다.


드라마 <사랑을 믿어요>의 김동훈과 서혜진 부부는 바로 이러한 애매한 지점에 놓여있다. 어딘지 부부사이에 이질감이 느껴진다. 부부의 정이라기보다는 이성적인 판단이 각자의 몫을 형성하면서 서로의 이해를 갈구한다. 자존심과 고집이 여전히 마모되지 않고 가슴을 뚫고 나와 있다 보니 갈등이 생기기 시작하고 바야흐로 그 갈등이 폭발직전의 화산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런 걱정 한편으로 그들에겐 여섯 살 된 딸이 있고 서로의 입장을 최대한 이해하고 서로 동화되려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필자의 판단으로 이들의 이 갈등은 그들이 자존심과 고집을 마모시키면서 부부의 정으로 통하는 통로가 되리라 싶다. 서로의 입장만을 주장하게 되면 평행을 달릴 수 밖에 없다. 부부는 그런 관계에 바탕을 두고 있지 않다. 서로에게 동화되어가면서 서로 하나가 되는 존재가 부부이다. 이것은 이성적인 설득과는 다르며, 허점을 파고드는 논리와도 다르다. 바로 정이라는 것이다. 김동훈과 서혜진의 앞날에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이 갈등이 그들이 이해로 나아가는 통로가 될지 아니면 오늘날 이혼 부부들의 전철을 따르게 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