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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사랑을 믿어요

사랑을 믿어요, 유쾌한 드라마 속에 예고되는 갈등들


가족드라마 <사랑을 믿어요>는 그 주조가 되는 감정이 유쾌함이고 발랄함이다. 대가족이지만 세대차이가 그다지 드러나지 않는 것을 보면 마치 전통적인 대가족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는 듯하다, 더 나아가 그 대가족의 가장 큰 어른인 차귀남(나문희 분, 김동훈의 할머니)이 손녀인 김명희에게 남자 친구에 대한 조언을 하는 장면들을 통해 이러한 할머니와 손녀의 관계가 정말 유쾌하게 느껴진다. 전통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기성세대에 대한 긍정적인 모습을 동시에 보게된다. 만약 우리 사회가 이처럼 전통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변화를 인정하는 조화와 균형이 이루어지는 사회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인생사가 어디 유쾌하기만 한가? 슬픔도 있고 절망도 있으며 분노도 있기 마련이다. 이 드라마에서 심각한 관계를 들자면 모자간인 윤화영과 김우진의 관계, 그리고 부자간인 권기창과 권재현의 관계를 들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드라마에서 가장 심각한 갈등을 예고하는 것은 김동훈과 서혜진 부부,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든 한승우의 관계이다. 유부녀인 서혜진과 한승우의 관계가 목하 시작되려고 하는데 가족드라마와 불륜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두고 볼 일이다. 특수하고 기이한 관계가 아니라 보편적인 남녀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면 좋겠다.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1020520133802674


글의 흐름에서 약간 벗어나서 이외에도 유쾌하게 표현되기는 하지만 심각함을 노정하는 관계들이 존재한다. 부부인 권기창과 김영희, 그리고 부부 김수봉과 윤화영의 관계이다. 이들의 관계는 사실상 엄청 심각하다고 할 수 있지만 유쾌하게 표현되기에 그 심각성을 제대로 느끼지는 못한다. 드라마나 영화의 인간의 관계는 그 표현하는 방법에 따라 가볍거나 무겁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코믹한 모습들 속에서 심각함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된다.
 

앞서 언급했던 관계들 중에 이 포스트에서 다루고자 하는 관계는 김동훈-서혜진-한승우의 관계이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갈등을 예고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들의 관계는 대단히 작위적인 설정이다. 현실을 반영하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드라마가 작위적이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자연스러워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세 살된 어린 딸을 남편과 함께 남겨두고 프랑스로 학위를 따기 위해 떠난 서혜진의 존재나 이러한 아내의 결정을 받아들인 김동훈이나 그다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서혜진의 이러한 결정은 개인적으로는 자아 성취라는 측면에서 대단히 의미가 있지만 대가족이란 가족제도에서는 굉장히 이기적인 결정일 수 있는 것이다. 어린 딸과 남편을 두고 3년동안 프랑스에서 혼자 학위 공부를 한다는 것이 상식적인 선에서 이해될 수가 있을까? 아마도 제작진은 부부간의 갈등을 위해 이러한 관계 설정을 했겠지만 너무 극단적이고 약간은 비현실적이라 작위적이라고 했다.


아무튼 김동훈-서혜진-한승우의 관계와 갈등은 유부녀(서혜진)와 청년(한승우)의 관계이기도 하기에 불륜의 냄새를 강하게 풍긴다. 그러나 불륜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은 서혜진에 대한 한승우의 감정이 단순히 불륜의 감정인지도 그 태도가 어딘지 어색하다. 그리고 서혜진이 그녀 삶에 대해 어떤 근본적인 물음을 묻는 것 같아 존재론적인 성격도 풍긴다. 또한 남편 김동훈의 아내에 대한 희생과 이해에 대해서도 강한 연민을 느낀다.  한 인간의 내면은 정말 복잡하다. 서혜진이나 한승우는 개인적으로 불행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가족사는 김동훈의 가족처럼 그렇게 화기애애했던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김동훈의 성격이 유쾌하고 긍정적인 것은 그의 부모와 할머니의 상격에서 판단해 볼 수 있다. 이 대가족은 정말 유쾌하고 행복한 가족이다. 그러나 동훈의 아내 서혜진의 친정은 그렇지 못하며 승우는 부유하나 아버지와의 갈등이 심각해 보인다. 이들의 관계속에는 연민, 사랑, 이해 등이 종횡으로 섞여 있어 관계의 성격을 만들어 나가고 갈등을 초래할 것 같다. 이런 강점들이 뒤섞여 나타나는 것이 바로 이들의 갈등 양상이다.


이들의 관계가 빗어내는 갈등이 어떻게 나타날지 관심을 끈다. 불륜이라는 위험하다면 위험할 수 있는 이러한 갈등이 보다 생산적인 갈등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면 좋겠다.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식이 굳이 '성적인 관계' 에 한정될 이유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고백을 하는 상투적인 관계 정도야 허용할 수 있겠지만 그 관계를 불륜으로 전개해갈 당위성은 없는 것이다. 미술관이 예술의 장이라면 그들의 관계도 단지 불륜만이 아니라 좀 더 창조적이고 생산적이며 예술적인 승화로 해결되어 나가면 좋겠다. 단지 드라마의 흥미를 위해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는 지양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