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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프레지던트

프레지던트, 리얼리즘을 추구한다?



정치드라마로써 <프레지던트>가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정치 이면과 정치인의 사적 영역에서의 인간적인 모습이라고 기획의도에서 밝히고 있다. 그런데 참 불만스럽다. 정치란 교육과 같이 사람을 다루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기에는 양심이 빠져있다. 자발적인 양심과 도덕에 입각해야만 하는 가장 정치(精緻)한 영역이 정치(政治)이지만 실상은 양심이나 도덕과는 거리가 먼 권모술수의 장이 되어버렸다.



현실 정치가 아무리 타락하고 추잡하다고 해도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언제나 이상에 가까워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고 드라마가 단순히 현실을 망각하거나 도피하는 곳이 되라는 것도 아니다. 어중간한 회색이 난무하는 정치드라마라면 그것은 단순히 현실정치를 그대로 옮겨온 것일 뿐이다. 여기엔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리얼리즘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치 현실을 그대로 그리고 있는 <프레지던트>를 리얼리즘 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까? 필자의 판단으로는 아니라고 본다. 현실정치를 그대로 옮겨온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이런 식의 현실정치를 그대로 보여주는 드라마라면 차라리 다큐멘터리가 더 낫다고 본다. 현실 정치를 보기만 해도 된다. 한 정치인의 인간적인 면과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권모술수만 있다면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것이다. 다큐멘터리야 말로 시청자들에게 더욱 더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프레지던트>는 정치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사실상 시청자들을 무시하는 대단히 기만적인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마치 민중을 역사의 배경으로 물러나게 하는 영웅사관처럼 정치인의 판단과 결정이 정치인들의 타협과 술수에만 근거해 있는 것처럼 보여주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만드는 국민은 빠져있다. 국민의 입장이나 국민의 현실에 대한 고민은 부재해 있다. 국민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치인의 이미지에 속는 아둔한 모습이 드라마의 저 너머에 있는 듯 하다. 단순히 정치인의 삶을 밀도있게 그린다고 해서 리얼리즘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배경에 머물러 있는 국민의 모습 때문이다. 따라서 이 드라마는 전제부터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기본적인 전제를 무시하고 권력은 ‘정치적인 권모술수에서 나온다’ 는 주장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아무리 양보해서 정치인의 인간적인 고뇌와 현실정치의 필요악인 권모술수를 보여준다고 해도 적어도 그 전제에는 양심이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 도덕성까지 추가되면 더욱 좋겠지만, 도덕성이야 정치와 별개로 생각될 수 있는 사생활일 수 있다. 예를 들면, 클린턴이 르윈스키와 성추문을 일으켰을 때 그 성추문 자체보다도 클린턴의 거짓말이 더 문제가 되었던 것을 보면 도덕성은 정치인의 치명적인 결격사유는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고 도덕성을 무시하자는 말은 아니다.



아무튼 이 드라마가 권력을 추구하는 현실 정치속의 정치인들에 대한 이해에 도움을 주기는 하겠지만, 이것 보다는 현실 정치의 권모술수를 정당화하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위에서 강조했듯이 정치인에게 국민이 빠져있고 오로지 정치적인 고려와 판단만이 있다면 의도는 하지 않았겠지만 이 드라마는 기만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