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KBS 연예대상은 이경규에게로 돌아갔다. 필자는 <남격>의 시청자가 아닌 입장에서 이경규의 대상 수상에 입을 대고 싶은 생각이 없다. 축하도 불만도 내보이고 싶지 않다. <남격>이나 이경규란 인간에 대해서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언젠가 어느 신문에서 시골의사 박경철이 이경규를 인터뷰한 기사를 읽어 본 것이 전부다. 이경규에 대해 언급하자면 책을 읽지 않고 독후감을 쓰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필자가 그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오로지 그의 이미지일뿐이다.


김병만도 마찬가지이다. 이경규 만큼이나 모르는 개그맨이다. <남격>과는 달리 <달인>을 즐겨보기는 하지만 김병만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실은 거의 전무하다. 그가 가정사가 조금 불행하고 효자라는 정도밖에 아는 게 없다.



그런데 이 둘을 잘 모르는 필자는 대상이 이경규에게 돌아간 것에 대해서는 서운하기 이를 데 없다. 왜 이렇게 서운할까? <달인>의 시청자이기 때문일까?  잘 모르는 이 둘에 대해 왜 필자는 김병만에게 더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됐는지 모르겠다. 아마 약한자에 대한 응원이 아닐까 싶다. 강호동, 유재석, 신동엽이라는 화려한 폭죽같은 이름들 속에서 김병만이 작은 성냥불 같이 보였기 때문일까?  화려하고 거대하고 요란하며 반짝이는 이미지로 가득한 연예계에서 흑백 사진처럼 초라한 모습이기 때문이었을까? 그랬기에 요란하고 화려한 연예계에는 이질감을 느끼는 듯한 그런 꾸미지 않은 모습이 정겹게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세상은 잘난 인간들에게 호의적인 습성을 지니고 있다. 괜히 이런 습성에 대한 반항을 하고 싶은 지도 모르겠다. 



달인 김병만은 달인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개콘의 한 자락을 차지한 세입자에 불과하다. <남격> 이 수많은 제작진들이 만들어내는 스케일 큰 서사극이라면 <달인> 단막극에 불과하다. 이 짧고 초라한 단막극이 사람들의 기억에 잠깐 웃음을 주고 스쳐지나간다면 <남격>은 말들이 난무하고 웃음이 난무한다. 수많은 이미지들이 명멸한다. 바칼린의 합창단이 준 감동도 이 남격에서였다. 필자는 이 짧은 단막극의 모습에 괜시리 가슴이 아파온다. 프로의 규모만으로 보면 다윗과 골리앗이다.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경규가 대상을 받았다는 뉴스에 어차피 공정한 경쟁이 아니었다고 어거지로 자위했다. 솔직히 필자는 김병만이 대상을 받기를 기대했다. 그것이 2010년 오점으로 얼룩진 연예계를 그나마 빛나게 할 수 있는 호재라고 생각했다. 똑똑하고 잘난 인간들 만이 아니라 한 곳에서 묵묵하게, 성실하게 노력하는 <달인>의 김병만이 대상을 받기를 바랬다. 그의 존재만으로 의미가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토록 열심히 노력한 사람에게 대상이 돌아가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결과는 드러났다. 김병만에 대한 한 두마디 변명을 하고 싶었다. 이 정도만이라도 선전해 준 것으로도 김병만이 너무나도 자랑스럽다. 김병만은 "감사하다. 기사를 통해 내가 대상 후보라는 얘기를 들었다. 최우수상 정말 감사하다"고 수상소감을 말했다고 하는데, 묵묵하게 계속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아마 내년에는 대상을 받지 않을까 싶다. 노력한 만큼 보답을 받는 사회, 아니 성숙하고 건강한 연예계임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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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걸어서 하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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