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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대물

<대물>의 작가교체와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라는 일본영화가 있다. 오래 전에 본 영화라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핵심적인 줄거리는 라디오 드라마의 대본이 작가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방송 PD, 인기 연기자, 성우의 요구에 의해 난도질되는 것이었다. 작가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영화는 결코 유쾌할 수 없는 영화이다. 작가가 아니라도 비록 코믹물이기는 하지만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내용이었다. 라디오 드라마의 대본이 작가의 의도와는 달리 외부의 압력에 의해 그 내용이 기가 찰 정도로 난도질당한다는 것은 작가 개인의 문학적인 자존심은 물론이고 작가의 독립성과 독자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더 나아가 언론 자유나 왜곡의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가 있다. 즉,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는 그 유쾌한 웃음 속에 위계적인 방송권력과 그 힘의 일상적인 전횡을 패러디 한 듯도 하다. 물론 방송 권력만이 아니라 인기 연예인의 화려한 이미지 이면의 속물성 같은 것도 만나게 된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를 보면서 이런 생각들이 떠올랐던 것 같다.


이미지 출처: SBS드라마


SBS는 대체로(?) 보수적인 방송집단이다. 드라마 <대물>은 우리 정치 현실의 풍자가 많이 등장하고 있고, 정치 판타지로 느껴질 정도로 서혜림(고현정 분)과 하도야의 성격이 비현실적일 정도로 파격적인 면이 있다. 이런 이유로 <대물>이 SBS와 공존한다는 것이 좀 어색하게 여겨졌다. SBS가 웬일로??? 하는 냉소적인 의혹이 들 정도였다.


이런 우려와 함께 SBS 차원은 아니지만, <대물> 드라마 작가와 PD가 극본의 내용에 대해 충돌하는 일이 벌어졌다. 황은경 작가와는 달리 오종록 PD가 정치색을 많이 담아내자고 하면서 갈등을 빗은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정치색’ 에 대한 이견이 단순히 작가와 PD와의 갈등인지, 아니면 윗선이 개입되었는지는 확인할 수가 없는 일이다. 아무튼 이러한 문제가 SBS 드라마에서 일어난 것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 오종록 PD가 황은경 작가의 시나리오를 이견의 대립에도 불구하고 바꾸었다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게 보이지 않는다. 황은경 작가는 작가로서의 자존심은 물론이거니와 작품에 대한 자부심도 강할 것이다. 따라서 이견이 발생할 경우 작가의 입장을 최댄한 존중하고 드라마에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작가에 대한 예의다.
 

http://joynews.inews24.com/php/news_view.php?g_menu=700800&g_serial=522624


그런데 이런 작가에 대한 예의를 찾아 볼 수 없었다는 것이 <대물> 제작 과정의 핵심적인 잘못이라고 본다. 이에 납득하지 못하고 고현정을 비롯한 출연진들이 작가교체에 대해 일시적으로 촬영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 것이다. 아무리 PD가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를 드라마를 통해 드러내고 싶다고 해도 그기에는 작가와 작가의 대본(비록 원작 만화가 존재하지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내용을 바꾼다면 이건 잘못된 것이다. 만약 작가가 필요없다면 PD가 작가의 역할을 겸임하면 되는 것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황은경 작가를 교체할 이유는 없었다고 본다. 오히려 작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지 않은 오종록 PD 교체로 끝나야 하는 문제라고 본다. 그런데 PD가 아니고 작가가 교체된 것은 그야말로 넌센스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방송 생리가 PD에게 막강한 권력이 주어졌다고 해도 작가야 말로 중심축으로 자리하고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언제까지 일부의 작가들이 약자의 위치에서 PD의 막강한 권력에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려야 한단 말인가?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에서 작가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한다. 정말 애처로운 정도이다. 아무튼 황은경 작가 교체 이후에 오종록 PD도 교체되면서 <대물> 제작진이 완전히 교체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정말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황은경 작가는 6회의 대본 분량을 작성한 상태로 참으로 황당한 일을 당하고 말았다.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글을 쓰는 작가로서 얼마나 마음 아픈 일이었을까? 또한 새로 교체된 작가와 PD는 황은경 작가의 대본의 방향을 최대한 존중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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