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절주절

광화문 물난리와 워싱턴 D.C


우리나라의 상징적인 중심지라고 할 수있는 광화문 일대가 추석연휴기간 동안에 물난리를 겪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 어이가 없다. 천재냐 인재냐의 논의 조차도 무의미할 지경이다. 어떻게 이걸 천재라고 할 수 있을까? 


최악의 침수피해 사태가 발생한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 주민들은 공무원의 자세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인터넷 기사에 따르면  "가장 큰 불만은 빗물펌프시설을 막아놓았다는 사실"이라며 "빗물이 흐르도록 펌프장치를 열어놓았다면 수십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하진 않았을 것" 이라고 분노하는 사실이나,  "과거에 같은 지역에서 침수피해가 일어났는데도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는 사실이 너무 억울하다"면서 "공무원들이 호우예보 소식에도 사전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추석연휴를 쇠러 가버렸다" 는 항변에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공무원들의 안일한 대처가 일을 키운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광화문 광장 물난리


광화문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지 싶다. 우선 물난리가 전시행정의 결과는 아니었는지 진지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좀 생뚱맞는 비교인지는 모르겠지만 워싱턴 D.C의 National Mall Washington DC와 비교해 보면 이러한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날 것 같다. 광화문 광장은 워싱턴 D.C에 있는 National Mall Washington DC를 벤치 마킹을 한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그 기본적인 구조가 흡사하다. 그러나 그 구조를 차용한 면은 보이지만 그 인식은 완전히 다른 것 같다.


National Mall Washington DC은 세개의 중요한 랜드마크가 일직선상으로 늘어 서있다. 마치 광화문 광장의 세개의 랜드마크인 광화문, 세종대왕상, 이순신 장군상과 같이 말이다. 링컨 기념관을 중심으로 보았을 때 워싱턴 기념비, 국회의사당이  일직선으로 배치가 되어있다. 그 세개의 랜드마크 양 옆으로 스미소니언 박물관의 건물들이 평행하게 배치되었고 그 안쪽은 나무와 잔디들로 이루어져 있다.  광화문 광장과 비교해 보면 얼마나 자연 친화적인 곳인지를 알 수 있다. 대단히 자연친화적이다. 그러나 광화문 광장은 단순히 콘크리트 구조물이라고 할 정도로 자연과 단절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광화문 광장은 광장이라고 하기보다는 도로에 가깝다. 워싱턴 D.C는 이곳들 뿐만이 아니다. 백악관이나 국회 의사당 전후면에 조성된 정원이나 잔디밭은 어떤가? 그리고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워싱턴 D.C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공원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이와 비교해 광화문은 콘크리트 투성이다. 콘크리트 위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아스팔트 키드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철옹성처럼 보인다. 이러니 광화문 광장이라기 보다는 콘크리트 광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사평론가 이종훈씨와 가진 라디오 인터뷰에서 연세대 토목공학과 조원철 교수가 광화문에 대해서 한 말은 참 시사적이다. 글이 좀 길지만 그대로 인용하고자 한다.

National Mall Washington DC



http://www.daegu.go.kr/Participation_Citizen/Dicazone.aspx?classNo=0&no=504&rNo=504&page=1&list=12&infoID=27


"광화문에 굉장히 가로수가 많거든요. 거기다가 조성을 하면서 전부 돌로 다 발라버렸거든요. 돌로 바르니까 물은 양쪽으로 전부 흩어져 나가는데, 물이 땅속으로 침수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습니다. 100% 다 포장을 해버렸고요. 그 다음에 그렇게 하는 것과 동시에 도로 끝에 보면 도로표면에서 하수관으로 물이 들어가는 배수구라고 하는 것이, 격자로 된 것이 있는데, 그게 절대적으로 숫자가 부족해요. 현재 우리 국토해양부 설계기준도 잘못되어있고, 아주 몇 십 년 전에 쓰던 것 그대로 쓰고 있고. 그건 뭐냐면 2차로 기준으로 해서 만들어놓은 거거든요. 그런데 현재 광화문은 8〜10차로거든요. 그러면 기준이 달라져야 되는데 그것에 대한 기준, 크기라든지 모양이라든지 전부 달라져야 되는데 그게 전혀 달라지지 않고 크기만 조절할 수 있다, 그래놓으니까 돈은 적게 드는 방향으로 가능한 한 적게 만들어버렸죠. "


이 말을 간추리면 나무들을 다 없애고 광장을 콘크리트로 포장을 한 것과 배수 시설이 그 규모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광화문 광장 하나만 떼어 놓고 본다면 녹색 개발이라는 면을 완전히 도외시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나무를 다 베어내고 콘크리트를 덮어씌운 그 천박함이 결국 이런 어처구니 없는 물난리를 불러온 것은 아닐까?


이걸 전시행정의 표본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지만 혹 전시만을 염두에 두었다면 이제라도 국민 세금을 가지고 꼼꼼하게 따져가며 시정을 펼치면 좋겠다.


첫번째 이미지 출처: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0/09/24/0200000000AKR20100924185900004.HTML?did=1179m



*이전 글 일부 수정하여 다시 올립니다